효율성의 의미
우리는 일상의 대화에서 별생각 없이 어떤 것이 효율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자원배분이 아주 잘 되어 조금의 낭비도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좀 더 엄밀하게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효율적이라는 말을 쓸 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는 파레토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파레토효율성 : 하나의 자원배분 상태가 주어져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무에게도 손해가 가지 않으면서 어떤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배분 상태로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면 그 배분 상태는 파레토효율성입니다.
어떤 자원배분 상태로부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새로운 배분 상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원래의 배분 상태는 파레토효율성이 아닙니다.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는 변화만이 가능할 때 그 배분 상태를 파레토효율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완전경쟁시장에서 효율적인 재원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이 입증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조건들이 자동적으로 충족되는 것을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자원배분의 기능을 시장에 내맡기면 저절로 효율적인 배분이 달성될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의 힘을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한 것은 바로 이 사실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의 실패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완전경쟁시장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준다고 말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설사 완전경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를 가리켜 시장이 실패했다고 말하는데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게 만드는 요인들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하나. 불완전경쟁
시장의 힘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완전경쟁을 전제로 할 때만 타당성을 갖습니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때 시장이 실패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독점이나 과점시장에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된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자세하게 다룬 바 있습니다. 현실을 보면 완전경쟁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지극히 드물고 대부분의 시장이 독과점화되어 있는 상황인데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만 보더라도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이니까요. 이렇듯 불완전한 경쟁으로 인해 시장의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모든 일을 안심하고 시장에 내맡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둘. 공공재
공공재란 국방 서비스, 공원 혹은 도로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비하기 위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말합니다. 공공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시장에서의 실패를 일으키는데요. 첫 번째 특성은 소비에서의 비경합성입니다. 한 사람이 그것을 소비한다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특성은 배제 불가능성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이라도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성격입니다.
공공재가 갖는 이 두 성격 때문에 이에 대해 양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게 됩니다. 시장 기능은 가격을 통해서만 발휘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은 시장의 실패를 가져오는 원인이 됩니다. 공공재에 비경합성이 있음을 생각하면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비경합성은 소비자 수가 늘어나도 아무런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공공재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싶어도 배제 불가능성 때문에 이를 실천에 옮길 수도 없습니다.
셋. 외부성
어떤 사람의 행동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면서 이에 대해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을 때 외부성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이 배기가스를 방출해 주위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끼치는 것이 외부성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과의 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요. 흡연자들은 의도가 있든 없든 비흡연자들에게 간접흡연을 제공하면서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대가를 주고받지 않으므로 시장의 테두리 밖에서 일어난다고 봐 외부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외부성은 생산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소비 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으며 해로운 것뿐 아니라 이로운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외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환경오염 문제입니다.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측의 관점에서 보면 그와 같은 행위에 아무런 비용이 따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나 물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마구 내다 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들이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행위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훨씬 더 조심해서 내버리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에는 환경오염과 관련해 법적으로도 제재가 가해지고 있어 예전보다는 마구 내버리는 일은 줄어든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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