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실패의 원인
시장이 실패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도 물론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선의를 가지고 개입하는 경우에도 그 결과가 반드시 좋게 나온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현실에서 정부의 실패가 나타날 때 그 배후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 제한된 정보와 지식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제약 때문에 어떤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 할 때 그것의 귀결을 완벽하게 예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화를 더 찍어내는 정책이 경제의 각 부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심지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기 힘든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원래 의도한 성과를 거두기는 무척 힘들 것이 분명합니다.
둘. 민간부문 반응의 통제 불가능성
정부는 민간부문이 특정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정책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책이 실천에 옮겨진 다음에 나타나는 민간부문의 반응은 기대한 바와 판이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만들 수는 없듯 사람들의 반응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축이나 근로의욕을 촉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소득세율을 과감하게 낮추는 정책을 썼으나 사람들이 기대한 바와 다르게 반응하는 바람에 원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 정치적 과정에서의 제약
모든 정책은 정치적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골격이 갖추어지게 되는데요. 그런데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들이 정치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정책이 자원을 개발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집단의 영향 때문에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교육을 바로잡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오히려 교육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는 집단의 입김으로 인해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갖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넷. 관료조직의 문제
관료들은 공복이란 말이 의미하듯 국민의 종으로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한 가요. 그들도 사람인지라 공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앞서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 바 있는데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관료들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일 때 정부의 정책이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정부실패의 치유책
정부부문을 근본적으로 개혁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이윤을 내지 못할 때 곧바로 도태되고 마는 엄격한 경쟁 풍토 때문에 스스로 개혁해 나가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데요. 그러나 경쟁의 무풍지대에 살고 있는 정치인과 관료는 자신의 이해에 반하는 개혁을 한사코 거부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비록 실현 가능성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정부를 개혁해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방책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 제도 개혁
제도상의 결함이 비효율성을 낳는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은데요. 예를 들어 관료조직의 비대화, 역할분담을 불명확성, 상호 견제 기능의 미지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문제 때문에 비효율성이 초래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 경우라면 제도의 개혁을 통해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개입으로 인해 제도 개혁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거창한 제도 개혁을 들고 나오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둘. 적절한 유인의 제공
기업에서는 영업 성과를 평가할 때 이윤이라는 뚜렷한 기준이 있습니다. 성과가 좋아 이윤을 많이 내는 경영자는 승진이나 보너스와 같은 푸짐한 상을 받는데요. 반면 정부부문의 경우에는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효율적인 운영을 어렵게 만듭니다. 관료들이 어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행정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성을 발휘하기 힘든 것입니다. 또한 각 관료의 성과를 개별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어 열심히 일하더라도 돌아오는 보상이 별로 크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관료사회에서는 승진이나 보수 등의 처우가 매우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것이 비효율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나이나 경력에 의해 기계적으로 승진이 이루어지고 보수가 결정되면 구태여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일을 잘해 봤자 별다른 보상이 없고 잘못될 경우 오히려 호되게 당하는 유인구조하에서는 모두가 무사안일을 추구하게 됩니다. 관료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는 열성적인 노력에 대해 후한 상을 주고 태만한 자세를 가차 없이 벌하는 유인 구조를 도입해야 합니다.
셋. 경쟁의 도입
민간부문의 기업들은 서로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대부분의 업무영역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정부부문의 비효율성은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 상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쟁에서 오는 압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방만한 운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따라서 다른 부처와의 또는 민간부문과의 경쟁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효율적인 운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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